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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선의 같이가치] 4. 협동조합 아파트의 공동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20-08-20 10:49:48 - 작성자공공구매관리자 (social) 조회수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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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선의 같이가치] 4. 협동조합 아파트의 공동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승인 2020.08.19 05:45
집은 사는 곳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이면서 가까이 거주하는 이웃과 다양한 생활시설을 공유하게 된다. 도시인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통상 공동주택이라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집은 거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니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고, 가장 확실한 재산증식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클수록, 가격이 오를수록 좋은 투자대상이 될수록, 집은 공동생활체로서의 의미가 작아진다.
아이 돌봄을 위해, 학군을 좆아, 직장을 따라 잦은 이사를 감수하는 도시인에게 거주지로서의 집은 가족의 공간이 될 수는 있어도 이웃과 생활공동체가 되기는 어렵다.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개별화되고, 서로가 경계할 뿐이다. 택배와 배달은 늘어났지만 그에 비례해 보안은 이중삼중 더 철저해진다. 이웃과 생활상의 편의를 공유하기보다 생활상의 불편이 충돌하는 일이 다반사다.
남양주시 별내동 위스테이 아파트에서는 새로운 생활공동체 실험이 시작됐다. 위스테이는 7개동, 491세대로 구성된 협동조합 아파트이다. 형식은 박근혜 정부 때 부동산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뉴스테이 사업이다. 민간 시행사가 주택금융공사(HUG)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아파트를 짓고 반전세로 임대하다가 7년 후 개별분양해 수익을 챙기는 사업구조이다.
위스테이는 시행사가 사회적기업 더함이고, 운영주체는 입주민을 조합원으로 하는 위스테이사회적협동조합이다. 2017년 10월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으로서, 개별화된 공동주택을 극복하고 생활공동체, 나아가 일과 생활을 통합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임대기간 이후까지도 개별 분양이 아닌, 협동조합이 전체를 분양받아 처음처럼 영구 임대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위스테이는 조합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아파트의 공간설계가 이루어졌다. 다른 어떤 공동주택보다 공유공간이 넓게 자리잡은 게 특징이다. 동네책방(도서관), 어린이집, 동네창작소(목공 등 공동작업장), 동네체육관, 동네연구소(협동조합 사무실), 동네카페, 동네부엌, 돌봄센터(시간제 보육), 60플러스센터, 동네관리소 등 커뮤니티 공간이 각 동 1층에 널찍이 자리잡고 있다.
조합원들은 입주 전부터 신뢰와 협동의 공동체 생활을 위한 각종 위원회(사업위원회, 약속위원회, 돌봄위원회, 갈등조정위원회, 백개의 학교 등)를 중심으로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주요활동의 기초를 만들어왔다. 마을살이가 입주 전부터 시작된 셈이다.
드디어 올해 6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입주민을 위해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입주민 웰컴파티가 한창이다. 동네 한바퀴, 맛집탐방, 별슐랭, 보물찾기, 영화제, 작가와의 대화, 공유차 공청회, 동아리 모임 참여자 모집, 주말텃밭 등 입주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설사 미리 마을살이를 시작하지 못했더라도 입주 초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두세 번씩은 마주할 테니 서로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 나누기는 어색하지 않으리라.
8월 15일 입주가 종반에 접어들어 상당수가 입주를 마친 가운데 동네카페가 주민들로 가득 찼다. 입주민, 방문자들을 환영하는 뜻으로 커피, 음료가 무한 리필, 무료 제공됐다. 30~40대가 주축인 조합원들은 이미 이웃이 된 듯 조합원들끼리, 가족 친지들과 여기저기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쪽은 아이들과 부모들로, 한쪽은 청소년들이 저마다 재미가 넘치는 듯 표정들이 밝다. 모진 장맛비 후 가랑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카페 안은 새로운 터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활기가 넘친다.
또 다른 한 켠에서는 흥미로운 모임이 열렸다. 중후한 남녀 어른들 20여 명이 사뭇 진지하게, 그러나 다소 상기된 얼굴로 자기소개를 이어간다. 60플러스모임이다. 다른 아파트의 경로당에 해당하는 60플러스센터 주역들이다. 이들은 60플러스센터를 놀고 쉬는 곳이 아니라 활동을 의논하고 일자리정보를 나누고 동네에서 필요한 일거리를 계획하는 사무실로 탈바꿈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쓸모 있게 나이 들어가자는 청춘같은 어르신들이다.
투기대상이 돼버린 주택, 내 집 마련이 평생의 꿈이 되는 허망한 삶, 진실한 이웃을 가질 틈도 없이 안정적 돌봄, 좋은 학군, 직장 따라 이리저리 떠돌아야 하는 도시민의 애환을 위스테이는 극복할 수 있을까?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 돼야 한다’는 생활공동체의 실험장 위스테이는 과연 8년 후에도 협동조합 아파트로 계속 운영될 수 있을까? 어떤 마을에서도 주민 간의 갈등과 충돌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해결방식이다.
위스테이의 마을살이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신뢰와 협동에 기반해 대화, 토론을 통해 공동의 규칙을 만들고 지켜가는 협동조합 아파트의 실증적 사례를 별내 위스테이에 기대해본다.
출처 : 이로운넷(http://www.eroun.net)